<구제 금융 졸업하는 아일랜드>
아일랜드가 이번 달 15일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외채권단(트로이카) 구제 금융에서 조기 졸업한다. 이는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것보다 빠른 성과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1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일랜드와 스페인이 트로이카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 <11월 16일 한국경제 신문>
아일랜드가 경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구제금융에서 탈출한다. 결코 넘기기 쉬운 위기는 아니었다.
부동산버블 붕괴 등의 내부적 이유와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상당히 힘겨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선 그 경제 위기의 배경부터 살펴보자.
<아일랜드의 화려했던 과거, 그리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위기>
사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켈틱 타이거(켈트족 호랑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융업과 부동산 호황을 등에 업고 90년대 중반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연평균 7%의 성장률을 보였던 나라다. 또한 당시 1인당 국민소득도 4만 달러를 웃돌았었다.
하지만 2007년 하반기 이후부터 아일랜드의 부동산 거품이 급격하게 붕괴되기 시작한다. 또한 금융권의 부실화로 인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국가의 재정적자 역시 극심해졌다. 게다가 08년, 리만 브라더스의 붕괴로 인해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광풍은 그 잘 나가던 아일랜드를 순식간에 넘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결국 2010년 아일랜드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0%를 넘게 되고, EU와 IMF에 850억 규모의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하게 된다.
<아일랜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구제금융을 벗어나게 되더라도 불안 요소는 아직 남아있지만, 벗어나는 것 자체를 '성공' 이라고 표현한다면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효과적인 긴축이다.
긴축이라는 단어를 사전 검색하면 '바짝 줄이거나 조임', '재정의 기초를 다지기 위하여 지출을 줄임' 이라는 뜻이 나온다. 말 그대로 나라 차원에서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씀씀이를 갑작스레 줄인다는 것은 직접 실천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구제금융 신청 이후 매년 강도 높은 긴축 재정 예산을 책정해 실천해 왔으며 심지어 내년에도 25억 유로를 절감하는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놀라운 실천력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여러 정책적인 노력들도 있었다. 공공부문 인력을 10%로 감소시켰으며 급여도 20% 삭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사회복지예산을 4년에 걸쳐 총 14%까지 감축하는 계획도 세웠었다.
- 아일랜드의 GDP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 -
그렇게 허리 띠를 졸라메며 고군분투하자, 금융위기 이후 나라를 떠났던 다국적 기업들도 돌아오고, 외화도 많이 비축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에는 예전보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고, 피나는 노력 끝에 구제금융을 졸업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는 여러모로 우리와 닮은 나라>
우리도 경제 위기를 겪은 적이 있고 힘겹게 탈출한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검절약을 하고 달러를 모으며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사실 우리는 방만한 기업 경영과 금융기관의 부실 등 내재적인 요인이 주로 외환위기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아일랜드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1997년 IMF 총재와 임창열 경제 부총리의 기자 회견 모습 - - 1997년 당시 금 모으기 운동 -
하지만 이렇게 서로 닮았다는 점만 부각한 채 남겨두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하며 잘못된 점은 고치고 좋은 점은 본받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아일랜드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외화 유치와 금융특화를 통한 경제발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금융권 부실이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지면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아일랜드 역시 구제 금융을 조기 졸업하지만 그것이 마냥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금융 정상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며 황금기를 누렸던 예전 시기 만큼의 호황을 누리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전문가들도 연이어 지적하듯 그들이 완벽히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도 과거 우리나라가 IMF 금융위기를 대처했던 방식들을 살펴보며 배울 점이 있다면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다. 물론 우리나라는 현재 구제 금융을 신청하거나 큰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여러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엄청난 기세로 들이닥치는 태풍은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이 가능하나 경로를 바꿔서 피해가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피할 수 없다면 관건은 누가 더 현명하게 견뎌내냐 하는 것이다.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위기에도 버텨내는 힘을 기르려면 평소에 준비를 잘 해 놓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남의 문제라고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자세로 있기 보다는 언제 우리의 문제가 될 지도 모를 사안을 위해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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