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예인들의 불법 도박 혐의로 인해 온, 오프라인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당사자들은 퇴근 시간 이후 TV만 틀어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등의 유명 연예인들이었다. 이들은 스포츠 경기에 거액을 배팅하는 이른바 '맞대기 도박' 혐의로 물의를 일으켜 지난 11월 10일에는 이수근과 탁재훈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11일에는 토니안과 붐, 신화의 앤디가 조사를 받았다.
(맨유과 첼시의 경기를 가상하여 나타낸 맞대기 도박의 진행 과정) 출처 : Dispatch
맞대기 도박은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와 휴대폰을 통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상하고 돈을 거는 도박이다. 운영자가 휴대폰으로 경기 일정 등을 문자로 보내주면 회원들은 승리가 예상되는 팀에 일정 금액을 배팅하겠다는 답변을 보낸다. 승리 팀을 맞추면 배팅 금액을 지급 받게 되고 실패하면 배팅 금액이 운영자 계좌로 송금 되는 방식이다.
- (사진) 맨 위 왼 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앤디, 토니안, 이수근, 탁재훈. -
이러한 맞대기 도박에 참여한 혐의로 토니안, 이수근, 탁재훈은 이 달 6일 열린 공판에서 각각 징역 10월, 8월, 6월을 구형 받았으며 세 사람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을 구형 받게 되었다.
이수근과 토니안은 공판이 끝난 후 각각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울 뿐이었다.
- (사진) 왼쪽부터 김용만, 김준호 -
지난 11월에 있었던 도박 파문은 연예계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김용만, 김준호 등 여러 연예인들이 도박에 참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었고 방송을 정지 당하거나 징계를 받기도 했었다. 이렇게 연예계에서 특히 도박에 관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도박에 빠지게 되는가>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친목도모나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도박에 참여했던 연예인들의 대다수가 같은 축구 동아리나 기타 모임에 속한 회원들이라는 사실은 이런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하지만 억대의 액수를 걸고 도박에 참여하는 이유라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돈의 가치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나긴 무명 시절과 힘들었던 연습생 시절 등을 거쳐서 스타가 된 이후에는 고통스러웠고 힘겨웠던 나날들을 순식간에 잊을 수 있을 만큼의 보상이 찾아온다. 전체 연예인들을 표본으로 잡고 수입을 조사해보면 적게 받는 사람부터 많이 받는 사람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지겠지만, 흔히 '스타' 의 반열에 오른 연예인들의 수입을 살펴보면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과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수입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번에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의 수입만 봐도 이수근의 경우 2011년 KBS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 연예인 2위로 약 5억 9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2년까지 출연한 1박 2일의 회당 출연료가 1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 이수근 뿐만 아니라 대형 소속사에 속해 있는 가수들이나 MC들은 축제나 행사에 참여하거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유사 연령대에 비해 상당히 높은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 (사진) 1박 2일에 올해까지 출연했던 이수근 -
이와 관련하여 방송계에서는 종종 '스타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지나치게 높다' 는 지적이나 '너무 쉽게 돈을 번다' 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스타들의 몸값이 선진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몇 배나 높다고 한다.
스타 연예인들이 높은 출연료를 받는 이유는 엄밀히 말하면 온전히 그들의 노력이나 실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자본이 이동하는 자본주의의 특성 때문이다. 사람들의 요구, 즉 관심이 집중되는 곳에 자본은 몰리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연예계에는 갈 수록 많은 자본이 축적되게 되며, 음악이나 연기 뿐만 아니라 광고 업계의 모델과 같은 기존의 자본이 집약되어 있는 분야에도 그들이 진출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수입도 많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제학적 원리에 입각한 이해가 없이 연예인들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이겨낸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라고, 온전히 성과에 의해서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도박과 같은 일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 연예인들은 그들이 어떻게 많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도 부족하지만 반대로 시장이 원하는 가치에서 외면당하는 순간 그들의 몸값과 같은 물질적 가치 역시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현실 또한 자각하지 못하고 있기에 잘못을 저지르기 쉽게 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지금껏 도박이나 기타 이유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짧으면 6개월, 길면 약 1~2년 만에 연예계에 복귀하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런 관행 속에서 '잠정 은퇴' 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이번 도박 사건에 휘말린 이수근도 잠정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는데 잠정 은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하이라이트가 비춰지는 곳만 집중하고, 오랜 시간 비춰지지 않으면 잊혀지고 마는 미디어의 특성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런 미디어의 특성을 악용하여 쉽게 복구하거나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분위기는 현직에 있는 연예인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기 어렵게 한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연예계에 쉽사리 복귀하는 것도 문제지만, 복귀 이후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나 개그나 토크의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들을 시청자들과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큰 문제이다. 호기심에 의해서 누구나 한 번쯤 유혹 당할 수도 있지만, 그 호기심을 억누를 수 있는 건 엄격한 교육이나 두려움이다. 약한 죄의식을 보여주고 미디어의 눈치만 슬슬 살피다가 대박 하나 터뜨려서 만회해 볼 심산으로 접근하는 '문제아' 연예인들을 대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보다 더 냉철하게 변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건들을 예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다 더 강력한 방법으로 제재하고, 본보기를 보여야>
KBS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토니안, 이수근, 탁재훈에 관해서 일단 '한시적 출연규제' 조치를 내린 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뒤 재심의 하기로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한시적 출연규제 명단에서 붐과 앤디, 그리고 양세형이 제외된 것은 도박에 쏟아부은 액수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로 인해 죄의 경중에 관한 KBS의 결정이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우선은 위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KBS의 이러한 조치는 적절하다고 여겨지기 보다는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마약부터 성폭행, 도박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기준에서 벗어난 수준의 잘못이 아닌 제도권 사회의 법과 질서를 어질러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이렇게 강제적으로 출연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의 대마초 흡현 혐의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가 있었던 연예인들에 대해 출연정지 결정을 내린 것에 비하면 조금은 약한 수준의 징계이긴 하지만, 아직은 1차적인 발표만 난 상태이며 법원의 판결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으로 조금 더 지켜볼 수 있는 문제이다. 핵심은 죄를 지은 자는 그들 임의대로 복귀 시기나 재출연 시기를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또한 사법 기관에서는 이런 사건들과 관련하여 대중들이 느끼기에 '연예인 프리미엄' 이 적용되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엄중한 자세로 판결을 해야만 한다. 이전까지 있었던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법원의 판결들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연예인들이 공인이라는 점이나 상황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고려해서 오히려 역으로 일관되지 못한 기준을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연예인 관련 사건이 터져 그와 관련한 판결이 나오면 종종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형벌의 경중을 놓고 각종 논란이 붉어지기도 하는데, 그러한 일이 없도록 사법부에서는 엄격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 가지 더 필요한 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접근 방식이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표면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 스포츠도박 배팅 자체는 2007~2008 시즌에 시작되었으며, 정점을 찍은 건 2008~2009 시즌이다. 당시 유흥가에서 시작된 도박 방식은 맞대기 도박 브로커들에 의해서 일반인까지 끌어들이며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렇게 소수 연예인의 친목 수준을 넘게 되며 잡음이 발생하고 꼬리가 길어져 결국 목덜미를 잡히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에 검거된 연예인들은 '병풍' 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보여주기 식으로 연예인 몇 명을 검거해서는 언젠가 유사한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잘라내지 못한다.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무조건 죄가 되는 것이기에 검찰은 이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막고, 완전히 뿌리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느 한 작품에 참여한 후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
참여한 작품이 워낙 히트를 치다 보니 기존까지 별다른 인기가 없었던 연예인이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것을 표현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스타는 명심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건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것을.
자고 일어났을 때 스타가 되어 있었던 만큼, 또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잠깐의 실수라도 허용하면 금새 다시 바닥으로 내려 앉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기 마련인 것이다.
더 이상은 이런 일로 국민들이 실망하는 일이 없게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위치에 언제나 감사하고, 늘 겸손한 마음 가짐으로 연예계 생활을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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