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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시사 이야기

공무원연금, 반 세기만에 수술대 오르나

<역사는 반복되는가>

때는 조선 1466년.
세조는 기존 과전법의 모순을 개혁하기 위해 직전법을 실시한다.
기존에 현직, 전직 관료를 막론하고 지급하던 사전을 폐지하고 직전이라는 명목으로 현직에 있는 관리에게만 수조지를 분급한다. 이는 과전법을 실시한 지 약 70년 후, 국가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세조의 결단이었다.




조선시대는 지금과 달리 토지가 곧 재산이었다. 현재는 일을 하는 대가로 월급, 즉 돈이라는 화폐를 지급하지만 그 당시에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관리들에게 토지를 지급했다. 하지만 전직, 현직, 그리고 그 유가족과 미망인에게까지 토지를 지급하자 결국 국가 재정에는 결함이 생기게 되고 현직 관리에게만 토지를 지급하기에 이른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고려 시대 전시과제도에도 있었다. 전시과제도의 경우, 처음에 시행된 시정 전시과부터 개정 전시과, 경정 전시과로 변모해가며 퇴직 관리와 죽은 사람에게까지 지급하던 전지와 시지를 점차 현직 관리에게만 지급하는 변화 양상을 보였다.

 

<역사책 속 이야기가 현재로>

약 500년 전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사안이 모습을 바꿔 다시 우리에게 등장하는 듯하다.
바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형태로 말이다.

 

공무원연금 제도는 반 세기 전 처음 시행된 제도이다. 현 시점에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진단해보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적자분의 경우 전액 국고로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올해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적자분을 보전해 준 금액은 1조 9000여억 원으로, 내년에는 사상 첫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연간 2조원 가까운 혈세를 매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정서는 계속 확대되어 오고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 직역연금에 한 몫 더한 듯 하다.

 

 

 

 

 

 

 

 

- 공무원연금의 최근 5년간 적자 현황 -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무원연금 제도가 도입 반 세기 만에 전면적 수정을 위해 수술대 위에 올려질 전망이다. 자세한 개혁안이나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공무원연금 제도발전위가 출범되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처음이 아닌, 실패한 경험이 있는 개혁>

공무원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2008년에 설치됐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공무원연금은 나름의 개혁을 맞이했다. 다만 문제는 그 개혁이 시늉만 하는 식이었다는 점이다.


- 2008년 1월 공무원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사진 -

개혁 당시 나온 안은 정부와 공무원 개인이 월 보수 대비 5.5%씩 부담하던 보험료율을 8.8%로 인상하고, 보수 대비 지급률을 56.1%로 낮추는 것이었다.  또한 연금 수급개시 시기를 기존의 60세에서 65세로 올려 전체적으로는 더 내고 덜 받게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먹고 행한 개혁은 현직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공무원들의 반발로 인해 실제 적용될 무렵에는 보험료율이 7%까지만 인상되었으며 보수 대비 지급률은 62.7%에서 그치게 되었다. 개혁 과정 자체에 공무원들이 참여하다보니 냉정한 자세로 개혁을 진행하지 못하고 스스로 법을 고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심지어 연금 수급개시 시기조차도 2010년 이후 신규 채용자들만 65세로 늦추게 되었으니 실제로 힘을 쥐고 있던 공무원들의 손아귀는 펴 볼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새내기 공무원들의 몫만 건들게 된 꼴이었다.

 

 

<국민연금 vs 공무원연금>

그럼 최근에 많은 논란이 있었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공무원연금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이 둘은 가입대상과 지급되는 보험료율, 그리고 받는 액수에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은 월평균소득의 9% 정도를 보험료로 납부하며 공무원연금은 기준소득월액의 14%를 납부한다. 수령하는 연금 부분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기간 동안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기본 연금액이 산정된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2009년까지는 재직기간에 대해 최종 3년간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2010년 이후 재직기간에 대해서는 이후 기간 동안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1천분의 19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산정한다. 이렇게 개념적으로 비교를 해보았지만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다른 자료를 보며 더 쉽게 살펴보자.


 

-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특성을 비교한 자료 -

   


 

자료에서 보다시피 현재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2.7%에 달한다. 소득대체율이라 함은 퇴직 전 소득 대비 총연금 급여의 비율을 뜻한다. 이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은 40년을 가입해도 40%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공무원연금의 급여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쉽게 얘기하면 현재 시스템으로는 공무원은 민간 동등 근로자에 비해 실제 2배 정도의 연금을 받는 셈이다.

반면 전반적인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공무원들의 입장은 이렇다.
일단 두 연금은 애초에 기조 자체가 다르게 출발한 제도이므로 같은 기준을 들이밀 경우 당연히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므로 서로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제도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특수 직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급 액수 등에서는 합리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재직 중 받는 상대적으로 낮은 액수의 소득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이렇게 비교해 봤을 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회사와 개인이 각각 4.5%씩(직장 가입자 기준)이지만 지급률이 40%선까지 내려온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연금은 좋아도 너무 좋은 연금이다. 올해만 놓고 봐도 공무원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219만원이고 국민연금은 84만원이다. 낸 돈에 비해 국민연금은 2배 좀 못 되게 받는데 공무원연금은 4배 좀 못 되게 돌려받는다. 국민연금이 뛰는 놈이라면 공무원연금은 진정한 '나는 놈' 인 것이다.

 

 

 

<다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말자>

내년 초에 다시 공무원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발족한다. 정확히 6년 만의 재출범이다. 그렇게 발족할 제도발전위원회는 약 1년여 기간 동안 공무원연금 제도의 좋은 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려 나름대로의 노력을 할 것이다. 민관의 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방식의 개혁안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핵심은 공무원 본인들이 받게될 연금을 그들 스스로에게 개혁하라고 맡기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개혁에 또 다시 많은 공무원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지난 번 개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철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공무원연금에 손을 대야 한다. 그래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일처리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사례를 잘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핀란드는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14%에서 28%로 올리기로 했으며, 일본의 경우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2015년부터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공무원들의 연금 혜택을 대폭 줄이는 결단을 감행하는 나라의 사례들도 탐구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해 보면 더 좋은 개혁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은 결코 국민의 적이 아니다. 조선 시대로 따지면 수도와 지방 곳곳에서 행정 업무를 보는 수령과 같은 관리들부터 중앙의 벼슬을 받는 관리들과 정승들까지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들도 살다보면 기본적인 주민등록등본을 때는 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 등의 사소한 일부터 결혼과 군 입대, 세금 납부 등 제법 큰 일에까지 공무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무원들을 감정적으로 배가 아픈 마음에 궁지로 몰아 넣으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는 공평하지 못한 부분이 종종 있을지라도 그 부분에 적용되는 방법론은 공정해야 하기에 이 개혁에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는다. 논란이 있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철저히 검토를 해야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면 수정을 하며 유지해도 괜찮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지켜내는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과거와 같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형국만 되지 않는다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공무원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으면서 국민들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그런 개선된 연금 제도가 탄생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